▲ 1961년 대구고 학생들의 아침 조례 모습. 지금은 시가지로 바뀐 당시 학교 앞
대명동의 삭막한 논밭이 이채롭다
'우리들 청춘의 다른 이름은 대구고등학교/그 시절 기상을 되살려 힘을 얻나니/오늘은 노래 불러 더 먼 훗날에 바치네/백 년, 다시 백 년, 천 년이 흘러도/대고, 대고인의 우렁찬 목소리/푸른 산맥처럼 장장 영원하겠네.' 미당 문학상을 받은 문인수 시인(4회 졸업)이 이달 출간된 '대구고 50년사'에 쓴 '대고인의 노래'란 헌시다.
박력, 패기, 의리로 상징되는 대구고가 올해로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1958년 4월 12일 대구시 중구, 지금은 청운맨션으로 바뀐 경북중학교 신축교사 6개 교실에서 첫 수업을 시작한 대구고가 개교한 지 꼭 반세기가 된 것.
대구고는 지난 50년 동안 2만7천678명의 졸업생을 배출, 인재양성의 전당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졸업생 가운데 대학 교수가 500여명이나 되는 것을 비롯 ▷교육전문직과 교원 800여명 ▷의료인 550여명 ▷금융계 인사 350명 ▷언론인 130명 ▷영관급 이상 군인 100여명 ▷경찰관 120명 ▷지방공무원 300여명 등 기라성 같은 인재를 배출했다. 이들은 대구경북은 물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동량(棟樑) 역할을 튼실하게 하고 있다.
개교 50주년을 맞은 대구고(교장 우낙현)와 대구고총동창회(총동창회장 김영진)는 올해 다양한 기념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졸업 기수별로 체육대회 등을 개최한 것을 비롯 학교 도서관 도서구입을 위해 '동문 1인 1권 기증사업'도 펴고 있다. 특히 ‘대구고 50년사’를 출간하고, 지난 10일 개교 50주년 기념식 및 50년사 봉정식을 가졌다. 이 책은 개교 이후 50년 동안의 교직원, 학생, 동문들의 활동상을 시대순, 영역별로 엮었다.
반백(半百)의 세월을 뒤로 하고, 100년을 향해 출발한 대구고는 1950년대 청소년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높은 교육열 속에 문을 열었다. 1959년 대구 남구 대명동 지금의 교사로 이전한 후 대구고는 크게 발전했다. 개교 당시 한 학년에 6학급이던 학교 규모는 지금은 12학급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특히 대구고는 1960년 4·19 혁명의 불씨가 된 2·28 민주의거에 앞장서 민주화 시대를 여는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고 졸업생들의 기질을 대변하는 단어가 '박력과 패기, 그리고 의리'다.
2·28 민주의거의 주역이었던 대구고 1회 졸업생들을 필두로 박력과 패기, 의리는 대구고 졸업생들을 표상하는 단어로 일컬어질 정도다. 1회 졸업생인 안인욱 전 대구시교육청 교육국장은 "박력과 패기의 밑바탕에는 정의와 신의가 깔려 있다"며 "100년의 역사에 가까운 다른 고교와 달리 대구고는 늦게 개교했기 때문에 선후배 간에 정의와 애국심, 의리로 더욱 똘똘 뭉치게 됐다"고 얘기했다. 반세기 만에 대구고가 전국 명문고로 우뚝 선 비결은 교직원들의 투철한 사명감과 교육애,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향학열, 그리고 졸업생들의 남다른 후배와 모교 사랑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게 대구고 동문들의 이구동성이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대구고 야구 전국제패 일군 '동문들의 힘'
"위축된 대구 고교야구를 되살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올해 대구고 야구부는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잇따라 우승했다. 1960~70년대 한국 야구의 중심이었다가 위축됐던 대구 고교야구를 되살린 것은 물론 대구를 명실상부한 스포츠 도시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고 야구부는 1976년 창단 이래 매일신문이 주최하는 대붕기에서 8차례 우승하는 등 야구 명문으로 자리를 굳혔다. 국가대표를 지낸 강기웅을 비롯해 김상엽(전 삼성) 이범호(한화) 박석민(삼성) 윤길현(SK) 등 우수한 선수를 대거 배출했다. 공립학교여서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교직원, 동창회, 학부모 등이 한데 힘을 합쳐 전국 유수의 야구 명문으로 발돋움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장장 1천400쪽 50년史, 100년史의 초석 될 것"
"학생과 교사, 동문이 모두 포함된 살아 숨쉬는 학교사라고 자부합니다."
'대구고 50년사' 편찬위원장을 맡아 최근 책을 출간한 안인욱(66) 전 대구시교육청 교육국장.
대구고 1회 졸업생인 그는 대구고 교사, 교감, 대구고 교장을 맡은 데 이어 동창회로부터 삼고초려를 받고 편찬위원장을 맡아 1천400여 쪽에 이르는 '대구고 50년사'를 펴냈다.
"학생과 교사, 교감, 교장으로서 16년 동안이나 대구고와 인연을 맺었지요. 대구고 50년의 발자취를 집대성한 종합본으로, 앞으로 발굴될 자료정리는 물론 장차 편찬될 학교사의 기초가 되는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다는 데 그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안 전 교육국장은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학교사가 되도록 생생한 자료를 널리 모으고 수록했다"며 "이 책이 대구고 100년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대현기자
◆대구고 졸업생 중 유명 인사('대구고50년사' 편찬위원회 제공)
대학 총장:최양식(11회·경주대) 나중식(11회·경성대) 최태길(11회·밀양대) 서경돈(13회·대구가톨릭대) 최경수(13회·서원대)
교육계:손병현(6회·대구시남부교육청 교육장) 신창식(6회·부산시동래교육청 교육장) 이동원(7회·대구시교육연수원장)
금융계:이순우(9회·우리은행 수석부행장) 권상열(10회·삼성생명 영업총괄 부사장) 김광수(12회·대구은행 주택금융본부장)
군:육군-김승관(4회·전 교육사령관 중장 전역) 김응수(4회·육군항공학교장) 석현수(6회·준장 전역) 이홍환(6회·준장 전역) 김진환(10회·12사단장) 김시권(11회·포병여단장 준장) 김영규(11회·육군부감찰관 준장) 김홍배(12회·37사단장) 윤광섭(14회·준장) 조현천(18회· 준장)
해군-김덕수(7회·소장 전역) 김영태(8회·준장 전역)
공군-김진삼(1회·준장 전역) 박장경(17회·5전투비행단 단장)
경찰:조창래(7회·전 대구지방경찰청장)
의료계:박대팔(2회·전 영남대병원장) 김완섭(6회·전 대구시의사회 회장) 장성국(7회·전 대구가톨릭대병원장) 김상윤(8회·파티마병원 의료원장) 이창우(12회·전 동국대병원장) 김오룡(13회·전 영남대병원장)
공무원:안윤식(1회·전 경상북도 정무부지사) 이태근(6회·고령군수) 배상민(6회·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이종화(8회·대구 북구청장) 신현국(10회·문경시장) 조호식(11회·대구시교육청 기획관리국장) 김연수(13회·대구시 기획관리실장)
법조계:도규만(6회·전 차장검사) 박병휴(6회·전 부장검사) 김재구(8회·전 부장판사) 김옥철(8회·전 부장검사) 이호승(11회·전 부장검사) 임대규(13회·전 판사) 김재협(14회·전 부장판사) 이상도(14회·전 검사장) 이상수(14회· 전 부장검사) 이기광(15회·부장판사) 이완수(15회·전 차장검사) 안철상(16회·부장판사) 서정식(19회·부장검사) 공상훈(18회·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김해수(19회·부장검사) 조상희(19회·전 판사) 박성재(21회·대검찰청 감찰2과장) 최재경(21회·대검찰청 수사기획관) 허부열(21회·사법연수원 교수)
행정부 및 입법부:김홍대(1회·전 법제처장) 이원영(1회·전 브라질 페루 대사) 박동성(1회·노동부심사평가위원장) 김충일(4회· 전 국회의원) 권종락(8회·외교통상부 제1차관) 허종구(10회·조세심판원장) 김종신(10회·감사원 감사위원) 김세호(11회·전 철도청장) 이창동(12회·전 문화관광부장관) 장동희(13회·리비아 대사) 백운현(13회·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기업인:양해경(6회·삼성전자 구주전략본부장) 김인(7회·삼성SDS 사장) 한용외(7회·삼성사회봉사단 사장) 장병조(11회·삼성전자 구미사업장 부사장) 여상득(13회·LG디스플레이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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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1월 2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