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약하는 대구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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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2․28학생의거의 경위

대구에서 일어난 ‘학생데모’ 사건도 때마침 선거전이라는 정치상의 조건으로만이 아니라 그것이 학생의 움직임이었다는 것, 더구나 6·25동란 이후 학생들이 거의 사회적인 관심을 표면화한 일이 없다가 비록 직접적인 동기가 그것도 아니었다 해도(모든 운동은 사실상 그것을 유발하는 촉매가 있어야 한다) 행동에 있어서 학교권 외의 사회에 호소하는 대규모의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인 것이다.

사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된 것으로 말하면, 일요일에 이례의 등교를 명한 것에 대해서 학생들이 반감을 가졌다는 데 있고 더욱이 그날 학생들이 야당집회장소가 아닌 도청으로 몰려간 그 시간에 야당의 대중 집회가 있었으며, 또 여당의 대중 집회가 있던 그 전날 토요일에는 평시보다도 일찍 하교를 하였다는 사실로 학생들이 ‘학원을 정치도구화하지 말라’고 부르짖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또한 사태가 학생과 경찰의 충돌에까지 이른 것은 유감이었지만 당시 독재정권의 주구노릇을 하던 그들에게 관용을 바란다는 것은 기대 불능하였던 것이다.

(중략)

한편 28일 오후 1시 30분 경 ‘토끼사냥’의 명목아래 등교한 대구고등학교 1․2학년 학생 8백명은 학교당국의 하교만류 지시를 무시하고 단체로 경북도청으로 향하던 중 시내 전동 골목길에서 이를 제지하려고 출동한 경북경찰국 경비경찰관들에 의하여 제지되어 마침내 해산되었다.

이날 대구고등학교 학생들은 토끼사냥을 한다는 명목으로 학교당국의 등교지시에 따라 12시 30분까지 등교하였다가 하교를 만류하는 교사들의 지시를 무릅쓰고 일요일에 등교케한 이유를 도 학무당국에 문의하기 위하여 도청으로 가는 도중, 미리 이 사실을 탐지하고 달려온 경찰관과 전동 골목에서 마찰이 생겨 해산되었던 것이다. 데모에 끼었다가 이날 검거된 학생은 경북, 대구 양 고등학교를 합쳐 223명이었다는데 이들은 하오 5시 반경 훈계 방면되었고 주모자 1명은 8시에 귀가했다고 도경이 발표한 바 있었다.

또 이날 저녁에는 경북, 대구 양 고등학생들의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경북사대부고학생들이 ‘데모’를 일으켰고, 하오 3시 경 경북여고생 40여 명이 가담할 기세를 보이다가 사전에 15명이 검속되는 등 일요일 ‘억지등교’가 빚어낸 동 사태는 대구 전체학생들 간에 퍼졌던 것이다.

경북고, 대구고교생 약 1백 13명이 경찰에서 방면된 후 경북사대부고 2학년생 약 1백 50명이 저녁 7시 반부터 8시까지 대구소방서 앞과 도지사관사 앞 등에서 산발적인 데모를 일으키고 ‘우리도 비겁하지 않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다가 출동한 경찰에 수 십 명이 연행된 일이 있었다.

이날 사대부고생들은 경북고, 대구고교생들과 같이 행동하려고 대기하고 있던 중, 미리 눈치를 챈 학교당국이 교문을 잠그고 학부형과 합세하여 지킴으로써 오후 3시 이들은 ‘데모’ 대신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 4시간이 지난 오후 7시경 한 사람씩 밖으로 불려나와 골목길 어둠속에 은신하고 있다가 일부 학생들이 뒤따라 나온 학우들을 규합하여 그 길로 산발적인 ‘데모’를 감행하다가 경찰에 연행되었던 것이다.

일요일인 2월 28일 대구시내 각급 학교는 대부분이 학생들을 등교케 하였는데 등교명목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았다.

대구여중 : 체육대회, 영화상영 및 사은회

대구여고 : 졸업송별회, 무용발표회

경북고 : 보건, 음악, 미술, 실기시험, 영화관람

경상중 : 졸업식 연습

대구상고 : 졸업송별회, 원서제출

경북여중 : 별 이유없이 12시까지 등교

제일여중 : 임시수업

대구고 : 토끼사냥

경북사대부고 : 임시시험

대구공고 : 학교 자체의 행사

각 국민학교 : 보충수업 기타

이날 또한 대구시내 제일모직, 대한방직, 내외방직, 달성제사 및 대구지방전매청, 연초 제조공장 등은 28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전원 출근하여 작업을 하였다고 하며, 2군에서는 오전 10시부터 군사령부 광장에서 장병친목을 위한 배구 및 씨름대회가 개최되었고, 오후 12시 30분부터는 시내 역전육군극장에서 재구 각 부대 대항 ‘노래자랑 대회’가 열렸는데 2군보도실의 발표에 의하면 이 행사는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 大邱高 50 年史 중에서 >